일본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강력한 모멘텀을 안고 2026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2023년과 2024년, 일본 기업 부문은 기존의 통념을 뒤집는 일련의 예상치 못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한때 좀처럼 나타나지 않던 인플레이션이 마침내 자리를 잡았으며, 꾸준한 임금 상승이 이를 뒷받침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 마진을 훼손하기보다는 오히려 비용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여, 주요 부문 전반에 걸쳐 강력한 매출 성장을 이끌어냈습니다.
이러한 경제적 활력의 회복은 증시에도 반영되었습니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자산 버블 붕괴 이후 최고의 강세장을 연출하며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고 글로벌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이 같은 자신감은 국경을 넘어 확산되었고, 2023년 외국인직접투자(FDI)는 50조 5,000억 엔이라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첨단 제조업부터 디지털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로 글로벌 자본이 유입되었습니다.
이와 동시에, 더 많은 일본 기업들이 국제적 확장을 가속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국경을 초월한 거래, 해외 파트너십 구축, 그리고 글로벌 브랜드 육성을 통해 해외 성장 기회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상장 대기업에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기업들과 벤처캐피털 업체들이 AI, 스마트 물류, 전자상거래, 청정에너지 등의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면서, 일본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10년간의 꾸준한 성장에 이어 기업 가치 평가와 창업 활동 모두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만약 10년 전에 글로벌 애널리스트나 언론이 이러한 변화를 예측했더라면, 현실성 없는 이야기로 치부되었을 것입니다. 당시의 주류적 시각은 일본 기업 환경이 비효율성, 위험 회피 성향, 그리고 실행력 부족으로 만연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전통의 무게: 강점이 제약이 될 때
이러한 변화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적으로 일본 기업의 성장을 제한해 온 뿌리 깊은 구조적 과제들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십 년간 일본의 기업 문화는 과감한 위험 감수보다 안정성을 우선시하여, M&A 및 국경을 초월한 투자에 대한 참여를 제한해 왔습니다. 그 결과 특히 중소기업(SMEs) 사이에서 사업 구조가 극도로 파편화되어, 사업 확장이나 글로벌 경쟁에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이러한 파편화는 내향적인 기업 문화와 맞물려 국제적 확장의 주요 장벽이 되었으며, 일본의 빠른 인구 감소로 인해 성숙기에 접어든 국내 시장의 성장 전망이 좁아지는 시점과 맞물려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한때 내부 결속력의 원천으로 여겨지던 계열사 상호출자 체계(keiretsu)는 대외적 책임성을 저해하는 경우가 많았고, 비효율적인 사업부의 구조조정이나 시장 변화에 대한 신속한 적응을 더디게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일본 기업들이 세계 무대에서 글로벌화하고 효과적으로 경쟁하는 능력을 제한하는 구조적 장벽을 형성해 왔습니다.
또 다른 주요 장애물은 일본의 디지털 전환 지체였습니다. 로봇공학과 정밀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세계적인 리더십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소매, 전통적인 백오피스 운영 등 많은 부문이 AI, 클라우드 컴퓨팅, 자동화 도입에서 뒤처졌습니다. 이러한 불균형한 발전은 생산성 향상을 심각하게 제한하고, 데이터 기반의 민첩한 비즈니스 모델로의 전환을 지연시켰습니다. 레거시 시스템, 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과소투자, 그리고 변화에 대한 문화적 저항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습니다. 그 결과, 속도·확장성·디지털 민첩성이 경쟁력의 핵심인 글로벌 경제에서 일본이 뒤처질 위험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전략의 재편: 새로운 기업 철학의 등장
최근 몇 년간 일본은 기업 환경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일련의 정책 개혁을 추진해 왔습니다. 2015년 도입되어 최근 수차례 개정된 기업지배구조 코드(Corporate Governance Code)는 경영 감독과 주주 책임성을 강화하였으며, 현재 상장기업의 95%가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있습니다. 이는 2014년 당시 21%에 불과하던 수준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러한 개혁은 TSE(도쿄증권거래소)의 기업 가치 제고 압력과 맞물려 투명성 향상과 지배구조 기준 강화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또한, 경제산업성(METI)이 마련한 기업 인수에 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은 사업 통합 및 상호출자 해소를 한층 촉진하여, 2년 연속으로 M&A 활동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일본의 대표적인 기업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7년부터 2022년 사이, Hitachi는 비핵심 사업 부문을 180억 달러 이상 매각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습니다. 이 전략적 전환을 통해 Hitachi는 사업을 효율화하고 디지털 및 데이터 분석 등 핵심 분야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2년 만에 시가총액이 3배 증가하여 1,000억 달러를 상회하며 일본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Takeda Pharmaceuticals 역시 일본 기업 개혁의 흐름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한때 가족 경영 기업이었던 Takeda는 글로벌 지배구조 기준을 채택하고, 2019년 620억 달러 규모의 Shire 인수라는 대담한 결단을 내렸습니다. 현재 Takeda 매출의 70% 이상이 해외 시장에서 창출되고 있으며, 이는 전략적 리더십과 구조적 변화가 이루어낸 성과를 잘 반영합니다.
국제화는 또한 일본이 지나치게 내향적이라는 과거의 인식에 대응하는 강력한 전략이 되고 있습니다. 성숙기에 접어든 국내 시장과 장기 성장 확보의 필요성에 직면한 더 많은 일본 기업들이 글로벌 확장을 위험 요인이 아닌 전략적 필수 과제로 인식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기업 철학의 결정적인 전환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성장하는 국제적 시각은 대형 제약사나 산업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새로운 세대의 일본 기업들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성공이 충분히 가능함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Mercari는 모바일 우선 중고 거래 플랫폼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구축하였으며, Frontier Management Inc.는 일본의 국제 금융 영향력이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국경을 초월한 M&A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한편, Tokio Marine Holdings는 미국의 HCC Insurance와 Pure Group을 포함한 대규모 해외 인수를 연이어 단행하여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일본의 성숙한 보험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있습니다. 현재 Tokio Marine Holdings 이익의 절반 이상이 해외 사업에서 창출되고 있으며, 이는 진정한 글로벌 보험사로 도약하기 위한 장기적이고 치밀한 전략의 결실입니다.
아울러 일본은 정부 주도의 이니셔티브와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결합하여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Society 5.0 이니셔티브 하에 AI, 양자 컴퓨팅, 스마트 인프라에 1조 2,000억 엔을 투입하기로 약정했습니다. 이와 동시에, 기업의 DX 관련 IT 지출은 2023 회계연도에 3조 1,200억 엔에 달했으며, IT, 마케팅, 서비스 부문 전반의 수요 증가에 힘입어 2028 회계연도까지 6조 9,000억 엔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구조적 개혁과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에 힘입어 일본에서는 새로운 기업, 비즈니스 모델, 산업 분야가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기업지배구조 현대화와 첨단 기술 투자를 위한 노력이 혁신과 기업가 정신을 위한 보다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2024년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한 Sakana AI와 같이 민첩하고 기술 주도적인 기업들의 성장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Sakana AI는 일본의 디지털 우선순위에 부합하는 최첨단 AI 솔루션 개발을 위해 총 300억 엔의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또한 7,000개 이상의 브랜드를 호스팅하는 일본 최대 패션 이커머스 플랫폼 중 하나로 성장한 ZOZOTOWN은 데이터 기반 마케팅과 원활한 디지털 경험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일본의 변혁이 보다 역동적이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비즈니스 환경의 토대를 마련하고 있음을 잘 보여줍니다.
일본의 기업 변혁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습니다. 글로벌 확장, 디지털 전환 가속, 기업 구조 혁신 등에서 일본이 어떠한 역량을 발휘하느냐가, 단순한 제조 강국을 넘어 디지털 시대의 가장 경쟁력 있는 허브 중 하나로 거듭날 수 있는지를 결정짓게 될 것입니다.

